UDTS를 수료한 이후에도 가끔씩 그 시간들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러시나요?
저는 보통 그 시절 주고 받았던 쪽지들을 보관해 놓은 상자를 열곤 합니다. 오늘 포스팅은 바로 이 향수병에 취한 제가 상자를 열고 꺼내들었던 한 장의 “손편지”에서 시작합니다.
때로는 ‘DTS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기억하렴.
넌 제자의 삶을 시작한 것이란다.
진리를 믿음으로 붙드는 삶을 시작한 것이란다.
너와 함께 ‘공사’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넌 그분의 걸작이야!
이 편지는 제가 UDTS를 수료할 때 제 플락 간사님이 써주셨습니다.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고 싶으나 굉장히 ‘악필’이셨던 제 플락간사님을 보호하기 위해 원본은 공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사랑해요 ㅋㅋㅋ). 그리움에 젖어 찬찬히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중 한 단어가 눈에 콱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단어는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있던 절 현실로 끌어내렸습니다. 두둥…
그 단어는 바로바로 “공사” 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서울 UDTS의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다음 스쿨을 준비하며 ‘침묵’하고 있다고 말이죠.
(혹시 안 읽어보셨다면 먼저 읽어보고 오시지요!)
그리고 그 침묵의 시간 동안 이곳에선 ‘공사’라는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간사님들의 공동생활 숙소인 ‘베다니’ 건물이 노후되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 결국 간사님들이 손을 걷어 붙인 것이죠.
원래 하얀색이었지만 노랗게 변해버린 벽지에 새로운 페인트를 입히고
곳곳에 숨어있던 곰팡이들을 없애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바르고
낡은 소파와 가구들을 버리고, 가구들을 재배치하고
곰팡이와 먼지가 가득하던 기도실을 완전히 바꾸고, 보일러를 고치고
오래된 씽크대를 들어내고, 심지어 씽크대를 새로 만들고
그렇게 베다니는 더 쾌적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베다니 페인트 칠하던 날 대학사역 간사님들이 함께해주셨다는 것이죠.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새롭게 바뀐 베다니를 공개합니다! 쨔잔
(러브하우스 BGM – 따라다란딴~)
이렇게 베다니 쾌적한 곳 만들기 프로젝트에 함꼐하면서 가장 놀라면서 경악했던 시간 들을 꼽아보라면, 아마 장판을 들어냈을 때? 아니면 그동안 뜯어낼 일이 없던 가구들(예를 들면 씽크대) 들어냈을 때 였습니다. 자주 만나볼 일 없는 장판 아래, 혹은 씽크대 뒤의 ‘지하세계’에는 놀라운 존재들이 숨어있었고, 그 정체들이 하나 둘 밝혀질 때마다 간사들을 기겁하게 만들었습니다.
끝없는 곰팡이와 곰팡이와 곰팡이와 곰팡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냄새와 냄새와 냄새들
집단을 넘어 군단을 이루고 살아가던 개미들
이름을 찾아보고 싶지도 않은 여러 벌레들
장판을 뜯고 뜯으며 장판을 씻고 씻으며 말리고 말리며
곰팡이를 없애고 없애던 그 때
문뜩 떠오르는 한 장소가 있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바닥칠 수 있을까?
내 내면의 어둠은 어디까지 인가
왜 이리도 내 안에 선한 것이 없는가
무슨 양파도 아니고 까도 까도 죄만 나오는가
파도파도 끝없는 ‘내 내면속 동굴’ 이 바로 그 곳이었죠.
들춰내면 들춰낼 수록 선한 것 하나 없던 ‘제 마음 속 장판 아래’ 였습니다.
(에잇 사라져라 곰팡이! ㅜㅜ)
그동안 우리의 삶 안에서 내면 속에서 갇혀 때론 허우적 거리기도 하고, 주님이 비춰주시는 빛 아래에서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죠. 또 다시 돌아가서 끝을 알 수 없는 내면의 지하를 파보기도 하고, 나오기로 결정하며 은혜를 누리기도 해요. 돌이켜보면 DTS 시절에 이 시간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네요. 하지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내면의 씨름 가운데서 우리가 배운 건, 이 씨름을 포기하지 않는 결정 인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주님께로 이 문제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 또한 내면에만 집중하지 않고 눈을 들어 아버지의 마음을 구하고 주변을 바라보는 연습이죠.
마치 곰팡이와 벌레들과 온갖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이 가득한 장판 바닥이 더럽다고 내버려두지 않는거죠. 그것을 (햇)빛 가운데로 드러내고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장판을 닦는 것 처럼 말이죠. 날 회복케 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나만 바라보던 좁은 마음을 누군가의 회복을 위해 사용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은 UDTS에 들어오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스쿨에서 거치게 되는 과정입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너무나 아픈, 혹은 너무도 검다고 느끼는 그 마음을 깨뜨리고 끝없이 파고 들어가던 내면의 동굴에서 나와, 주님의 빛 가운데 거하는 시간. 그분이 허락하시는 회복을 경험하는 시간들 말이죠.
이 곳, 서울 UDTS 간사님들도 공사와 함께 그러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바로 49기를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말이죠.
함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할, 주님의 걸작품!
사랑하는 여러분을 49기 서울 UDTS로 초청합니다.
이제 시간 얼마 안남은거 아시죠? :)
우리.. 함께 공사할까요?